한때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을 돌보면서, 특별히 임종직전에 가족들이 묻어놓았던 감정을 풀고 어렵게 화해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깊이 했었다. 마지막에라도 화해를 이룬 것이 감동스럽지만, 더 일찍 화해를 했다면… 건강을 잃기 전에 서로가 이해하며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주고 좋은 일도 함께 많이 해서 더 이상의 서운함이 없이 “당신이 있었기에 나의 일생이 행복했다, 정말 고맙다,
천국에서 만나자!”하며 헤어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안타까운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떤 부인은 남편의 임종이 가까이 왔는데도 어떤 말이나 표현이 없어서 보다 못한 내가(임종예배를 드려준 목사로서) 마지막 사랑의 작별사를 할 것을 권했더니, 마지못해 “이그 인간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 말에 그 남편은 눈가에 가느다란 눈물을 보이고는 곧 운명한 모습도 본 적도 있었다.
불과 얼마 전 (고)김대중 전대통령의 임종 직전에, 김영삼 전대통령 등 그 동안 관계가 껄끄러웠던 이들이 병문안을 통해 위로했었다. 그 분이 소천하기 전에 화해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을 보면서 ‘좀더 일찍 서로가 함께 화해를 이루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요즘이다. ‘왜 우리가 이 뒤늦은 화해의 모습을 보며 가슴 속에 숨겨놓은 뭉클한 감동을 느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우리가 같은 백성이요, 형제자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 이상 우리는 영남사람, 호남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같은 백성이며, 이제는 누구 누구의 계보가 아니라 앞으로 후손들에게 평화 통일의 꿈을 함께 이루어가야 할 한 형제요, 자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민족이나 다른 나라사람하고 화해를 이루는 것도 감동이겠지만, 그렇게도 외면하고 편가르고 우리 지역만 생각했던 같은 백성들이 화해와 협력을 이루어 가는 것이기에 더 기쁘고 더 감동이 된다는 말이다. 이제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리면 그만큼 공동의 목표달성은 더 길어짐을 우리는 똑똑히 역사를 통해 보았고 피눈물 나게 경험을 했다. 이제 내가 먼저 양보하고 화해를 청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 때 이보다 더 큰 감동과 감격을 보게 될 것이리라 믿는다. 그리고 자신의 열심과 잠깐의 살길 때문에 무고한 형제와 자매들을 힘들게 하거나 억울하게 했던 일에 대한 솔직한 사과와 겸허한 용서가 함께 이어진다면 이제 우리도 진정한 의미의 화해와 평화를 이룰 수 있게 되리라 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화해는 혼자서 할 수 없다. 반드시 우리가 함께해야만 하는 것이다.
세 나라 어린이들이 만나서 서로 자랑을 했다고 한다. A나라의 강남 쪽에 사는 초등학생이 먼저 “우리 집은 콘도가 두 개다”라고 자랑했다. 이 말을 들은 같은 나라 강북에 사는 어린이가 지지 않으려고 “우린 엄마가 둘이다”라고 대꾸했다. 태평양을 건너온 B나라 초등학생이 약간 이상한 자랑을 한다. “우리 할머니는 남자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못한 C나라의 어린이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콘도가 어떻게 먹는 것이냐?” 이 이야기는 이세상 어린이들이 속해 사는 오늘의 각 나라의 모습이며, 선교지의 상황을 반영한 우화이다. 한쪽은 물질의 과다소유로 인간관계가 완전히 망가지고, 아예 창조질서(세계관)가 점점 타락해 가고 있는 모습들이다.
또 한쪽은 아예 생존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먹을 양식이 없다. 또 다른 차원의 화해와 나눔이 필요한 세상이다. 창조주께서 우리가 함께 살도록 준 자원과 원리들을 점점 빼앗기고 잃어 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세상에 이처럼 화해도, 나눔도, 진리도 모두 도난 당하면(이 말은 결국 우리가 사용을 안 한다는 말과 동일) 과연 이세상이 어떻게 될까?
그런데 놀랍게도 구약성경 이사야서(49장)에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함께 사용할 핵심가치들을 빼앗겼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나 전능자가 너희들이 빼앗겼던 이 모든 가치들(사랑, 화해, 생명, 양식 등)을 다시 회복하시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태초에 그 분께서 창조하셨던 하늘나라(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온 우주만물)를 다시 이 땅에서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의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과 진리를 나누는 활동(선교)을 통해서 회복하시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점점 타락하는 역사(달리 생각하면 우리의 중요한 가치를 점점 악에게 빼앗겨 가는 상황)에서 그 어떤 인물도, 어떤 제도도, 어떤 사상도, 그 어떤 권력도 도로 찾아내지 못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동서화해와 남북나눔’을 통해 우리가 빼앗긴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찾으라고 하신다. 이 일은 이제 우리가 함께 해야만 하는 몫이 되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부디 많이 이들이 이 소중한 가치를 다시 찾음으로 인해 서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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